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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지시가 있었어도 의사가 직접 보지 않았으면 무면허 의료행위"
법원 "지시가 있었어도 의사가 직접 보지 않았으면 무면허 의료행위"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8.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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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의사 대신 실밥 제거해···'진료보조행위' 주장
"의사가 진찰 안 한 상태서 간무사 단독 진료는 의료법 위반"

간호조무사가 원장의 지시 아래 실밥제거를 한 것에 대해 무면허의료를 지시한 의사는 벌금형, 간호조무사는 선고유예한 판결이 나왔다.

A씨는 부산 소재 D의원의 원장이며, B씨는 이 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다. A씨는 2020년 1월28일 이 의원 내에서 일주일 전 이마거상술 등 수술을 받은 환자 E씨가 실밥제거를 위해 내원하자,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E씨를 치료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비의료인으로서 간호조무사인 B씨에게 단독으로 E씨의 실밥을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 B씨는 이를 승낙한 다음 메스와 핀셋을 이용해 E씨의 양쪽 두 눈의 위, 아래에 꿰매어 놓은 실밥을 제거했다. A씨와 B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인 측은 B씨가 행한 실밥 제거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고, 위 행위의 위험성 등에 비춰  진료보조행위 중에서도 의사의 일반적인 지도·감독 하에 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B씨가 위 행위 직전에 의사인 A씨에게 환자의 상태를 보고해 실밥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위 행위 당시에 의사인 A씨가 같은 의료기관 내에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B씨가 행한 실밥 제거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는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적시에 실밥을 제거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게 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위 행위 당시 실밥 제거 외에는 선택 가능한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써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변호인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80조 및 그 위임에 따른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제 2조에 의하면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간호보조와 진료보조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 이때 말하는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술 후 봉합사를 제거하는 행위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의사의 지시 하에 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그러나)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B씨는 의사인 A씨의 사전 지시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진료한 후 그의 안면 부위의 실밥을 제거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실밥 제거 직전에 B씨가 수술 중이던 A씨에게 E씨의 실밥 부위 상태에 대해 보고한 후 실밥 제거에 대한 지시를 받고 나서 실밥을 제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밥 제거에 앞서 그 전제가 되는 실밥 부위 상태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진료를 피고인 B씨가 단독으로 한 이상,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의 환자에 대한 관찰 보고에 의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의사의 대면진료에 의한 의학적 판단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은 행위를 적법한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B씨에겐 형의 선고 유예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이에 항소했으나 2심 역시 1심의 형 선고를 유지했다. 이들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 선고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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