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두술 당장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 133명 뿐
매년 뇌혈관외과 전문의 34명씩 배출돼야
복지부 "조만간 지원 수가, 인력 확충 방안 발표"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논란이 된 서울아산병원만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게 아니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3,000명 정도 되지만 지주막하출혈 환자가 발생해 당장 개두술(Clipping)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는 4% 정도인 133명 밖에 없다.

이 인력풀로는 병원마다 3~4명의 뇌혈관외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대한신경외과학회의 지적이다. 병원마다 3~4명의 뇌혈관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신경외과 전문의 중 약 30명이 뇌혈관외과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경외과계에서 이같은 문제를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하려고 해도 통로가 없다며 신경외과에 대한 정책 소외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100례 이상 개두술 경험한 의사 133명뿐

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가 이날 공개한 신경외과 전공의와 전임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뇌혈관외과 세부전공 전임의 1년차는 15명, 2년차는 7명이었고 2022년은 1년차 16명, 2년차 12명이다.

김 이사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같은 일이 더 일어나지 않으려면) 병원 1곳당 3~4명의 뇌출혈수술 전문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중도 수련포기 등을 감안해) 매년 34명의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병원 1곳당 뇌혈관외과 전문의는 1~2명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최근 3년 동안 전공의 지원율은 올라가고 중도 수련포기율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전공의 근무 시간이 줄어 전임의와 지도전문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출처: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 발표자료

김 이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서 2015년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평균 주 135시간을 일했는데 현재 주 80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전공의 한명당 근무시간이 55시간 줄었다. 그만큼 신경외과 전임의와 지도전문의들의 근무시간을 늘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이사는 보건복지부에 각 전문과목학회 전공의 목표정원 조정을 요청했다.

최근 3~4년간 매년 7~8% 정도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해 250명 정도가 부족한데, 이를 활용해 목표정원을 재조정하고 정원 외 배정 시 학회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창원경상대병원, 은평성모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광명중앙대병원, 송도세브란스병원, 시흥서울대병원, 청라아산병원, 평택아주대병원 등 병원 신증설이 많은 것도 전공의 목표 정원 재조정 필요성을 높인다고 했다.

뇌혈관외과학회 김용배 상임이사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발생 원인을 ‘절대적으로 부족한 뇌혈관외과 전문의 수’로 꼽았다.

김 이사는 “전국 85개 수련병원에서 2명의 숙련된 개두술 의사 수요가 있다고 보면 총 170명이 필요한데 100례 이상 개두술(Clipping)을 경험한 의사는 전국에 133명으로 병원 1곳당 2명이 채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지방의 경우 전문의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우수한 의료인력의 필수의료분야 지원 유인전략과 필수의료분야 국가책임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전략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수련기관, 고난도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 수가가산제 ▲인재 교육, 배출 가능한 호의적 진료 환경 구축 ▲중환자 선의의 진료 행위결과에 대한 면책 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도를 도입해 ▲행위 상대가치점수 현실화 ▲의료정책 입안에 주요 의사결정 구조 합리화 ▲인적자사 확충 및 지역별 균형 분배에 선제적 국가지원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대한뇌혈관치료의학회 신승훈 정책이사 발표자료

뇌혈관내치료의학회 신승훈 정책이사는 심뇌혈관‧응급의료정책에서 신경외과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인력 기준 자체가 지주막하출혈 환자 등 응급 환자를 골든타임 내 수술하기 힘들게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신 이사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정원은 1명뿐이다. 1명이 응급수술도 하고 신경중재시술도 하고 1년 내내 콜도 받고 환자도 봐야 한다”며 “이런 정원을 누가 정한건지 신경외과 의사들은 수술방에 있어서 몰랐다. 회의에 나가본적도 없다. 이렇게 신경외과 의사들은 정부의 심뇌혈관질환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이사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뇌혈관질환 관련 전문학외와 정부의 정책 컨소시엄 설립이 필요하다”며 “특정 학회 의견을 무작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외과계 전체 의견이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치료를 주도하는 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신 이사는 현재 수련병원 85곳 중 70곳이 연차별 신경외과 전공의가 1명뿐이기 때문에 겨우 당직유지 수준이라며 격년제로 연차별 2명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전공의 정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필수의료‧지역 가산수가 필요, 복지부 “조만간 대책 발표”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뇌혈관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의무부회장은 “핵심은 전체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분야, 필수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왜 특정 진료과와 특정분야를 기피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처우 개선 통한 기피과 인식 개선 ▲뇌혈관 수술 등 진료수가 현실적 조정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 국가 부담 ▲신경외과 전공의 우선 배정 등 중증 진료분야 인력 확보 ▲권역, 지역별 민간병원 연계한 필수의료 민관 협력 ▲의료분쟁특례법, 분쟁비용 국고지원 및 필수의료지원 특별법 제정 ▲중증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가정상화 등 독립된 협의체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뇌혈관내치료의학회 박석규 정책이사는 “필수의료분야 중에서도 신경외과는 수련과정이 힘들고 어렵다. 매일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의료사고 위험성이 큰 과목”이라며 “그럼에도 급여 수준은 다른 과와 다르지 않아 전공의 지원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더 실력이 좋은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분야 행위에 대해 별도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공의 지원이 늘고 지역에 근무하는 전문의가 늘어나게 되면 지역 필수의료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이사는 “지역병원에서는 현재 인력채용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질평가지원금과 같은 지역가산 수가를 신설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빠른 시일 내 필수의료 지원 수가와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새정부에서도 필수의료 강화는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토론회 발제를 듣고 ‘기승전-수가’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모든 것이 수가로 귀결된다는 말”이라며 “필수의료 수가 가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 관련 내용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분야 필수의료 수가를 올릴 수 없다면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필수의료분야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는 의대 정원부터 해야 한다, 전공의부터 해야 한다, 현장 지원을 해야 한다 등 여러 의견이 있는데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드웨어 지원은 정부 예산으로 하고 운영은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관련 과가 참여해 논의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고 과장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서는) 필수진료과 간담회를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장 의견을 청취해 현장 적용 가능한 정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가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마련해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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