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도 지난해 의원급 건보진료비 10% 상승
의협 “보장성 강화로 인한 착시현상, 내원일수는 줄었다”

2023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을 시작한 대한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해 의원급 입·내원 일수가 줄었는데도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도보다 10%나 증가했다. 이는 수가 협상에서 의원 측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수치이기도 하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그 원인이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있다고 봤다.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였던 의료행위가 급여권으로 진입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 통계에 잡혔을 뿐이지 실제 수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급여화 과정에서 기존 비급여 진료비보다 수가가 낮게 책정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단체에 제공한 건강보험진료비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급여비(건강보험 진료비)는 18조7,568억원으로 전년도 17조442억원보다 10.0% 증가했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 전체 내원일수는 1년 사이 2%(957만5,454일) 줄었으며 총 입원일수는 8%(51만2,045일) 감소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의원급 요양급여비 증가는 문재인 케어가 가져온 ‘착시 효과’라고 했다. 초음파·MRI검사 급여화 등 정책 변화로 건강보험통계에 들어온 ‘법과제도 진료비’를 제외하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0.3%였던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추계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원급 진료비 상승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착시현상으로 전체 진료비에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많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용산임시회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2023년도 의원 유형 수가 협상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왼쪽부터)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 수가협상단장인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강창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용산임시회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2023년도 의원 유형 수가 협상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왼쪽부터)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 수가협상단장인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부회장.

의원급 진료비 증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착시, 내원일수 줄었다”

의협 조정호 보험이사는 “순수 진료비 증가율을 계산할 때 전년도에 급여화된 법과제도 진료비를 빼고 계산하게 돼 있다. 하지만 급여화된 해보다 그 이듬해에 의료 수요가 더 늘고 진료비도 더 많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도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이뤄졌고 그 효과를 급여 전환 차년도만 한정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된 수치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실제로 2021년도 의원급 법과제도 진료비 중 초음파 진료비는 3,800억원이지만 2021년도 의원급 초음파 검사 급여 확대에 따른 진료비는 6,800억원으로 차이가 존재한다”며 “그 외에도 의원급에서만 MRI 검사 420억원, 성병 중화효소연쇄반응(PCR) 검사 2,600억원이 급여화로 인해 증가한 진료비로 보고 있다. 대략 이 세 가지만 계산해도 지난해에만 9,800억원 정도가 법과제도 진료비로, 5년 전에는 요양급여비로 전혀 잡히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의원급 진료비 증가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국가 정책에 순응했기 때문에 건강보험 진료비로 잡힌 게 늘어난 것”이라며 “의원급 입내원일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보장성 강화로 인해 착시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도 “내원일수만큼 진료비 증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수치가 없다. 비급여의 급여화 영향 등으로 진료비가 증가한 것처럼 착시현상이 나타나지만 내원일수는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의원급 수가 인상 근거로 임금 인상과 고용률을 제시했다.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 수를 고려했을 때 지난 2년간 의원급 1개소당 1명 정도 신규 인력 고용 창출한 효과가 있었다”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보건복지서비스 분야 매출 10억원 당 종사자 수는 13.5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5.73명의 2.36배이다. 의료기관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의원이 요양급여비 10억원당 종사자 수가 11.33명으로 7.71명인 상급종합병원보다 1.5배 높아 고용 창출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진료 검수가 급감했고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로 남았다. 생존이 힘든 의료기관에 돌려줘야 한다”며 “최저임금도 2017년 6,470원에서 2022년 9,160원으로 연평균 7.2% 증가한 반면 의원 유형 환산지수는 2017년 79.0원에서 2022년 90.2원으로 연평균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수가협상단장 “일방적 희생 강요하면 결렬”

수가협상단장인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수가 협상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결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얼마 전 유형별 수가협상 단장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었는데 불리한 수가 협상을 바꾸려면 최소 2년은 협상을 결렬해야 구조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결렬을 선언할 정도로 낮은 수가 인상률을 제시하면 의협 이필수 회장에게 내년에는 수가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장성 강화 때문에 비급여가 급여화되면서 지난해 의원급 건강보험 진료비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된 자료를 마련하고 이를 이해시킨다면 수가협상 걸림돌이 하나 없어진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급과 수가 협상을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회장은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감소로 인해 경영이 힘든 상태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에서도 배제돼 단 한 푼의 국가 지원도 받지 못했으며, 유지가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비용은 이번 수가 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받은 과도 소아청소년과나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내과 정도로 산부인과 같은 곳은 상관없었다”며 “모든 의원이 골고루 지급 받은 돈이 아니다. 수가협상에 반영하면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한 의료기관은 또 다른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수가협상단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원가 이하인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수가협상을 통해 적정 수가가 이뤄지도록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가입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며 “재정운영소위원회에서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하면 유형별로 눈치 게임을 하는 구조여서 수가 인상률 목표나 마지노선을 정하는 게 허망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로 힘든 공급자들을 위해 추가소요재정이 충분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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