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끝내 발의된 간호법…의료계 반발 넘을 수 있을까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06:00

수정 2024.04.17 06:00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히 규정해"
"과거 문제된 '지역사회' 규정 빠져"
다만 요양시설 설립 제한 규정은 없어
문제 소지될 여지 남아
의사협회에서는 '입장 준비 중'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간호사의 의사 업무 침범 논란 끝에 지난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좌초된 간호법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여당 측에서 법안을 내놓으면서 제정 여부가 주목된다.

■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의동 국민의힘 위원 등 16명은 지난달 28일 '간호사법안'을 발의했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 의원 등은 제안 이유를 통해 "최단기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확산 등으로 질병을 동반한 유병장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시 준수사항 등 의료기관에 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안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이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 파업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발의됐다.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부당하게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 일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역분쟁 피해갈까

이번 법안은 직역분쟁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해당 법안의 1조에선 법안의 목적에 관해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사등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발의된 간호법의 직역분쟁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셈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직역분쟁을 이유로 최종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관 직역간 과도한 갈등, 사회적 갈등이 직역간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의사단체가 간호법 목적에 포함된 "모든 국민이 지역사회에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문구에 반발하면서다. 의사들은 '지역사회'라는 표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직군은 업무 범위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업계선 환영하지만

간호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환영하는 반응이었다. 직역분쟁 문제의 소지를 없앴으며, 명확한 업무 범위 규정을 통해 과거 법적 근거 없이 의사 업무를 일부 떠맡던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간호협회 측 관계자는 "실제로 간호사들이 이미 지역사회에서 한 7만여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활동하고 있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며 "분쟁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PA간호사들과 일반 간호사들이 현장에서는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무만 떠맡아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시범 사업이 끝나고 나면 다시 법적 보호를 간호사들이 못 받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여당에서도 간호사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발의안 제30조에서 '간호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간호사가 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로 읽힐 수 있어서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입장을 준비 중"이라며 "곧 밝히겠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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